6화. 빠른 효과보다 내 생활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한포진 카페에서 여러 사람의 경험담을 읽은 뒤, 나는 병원 치료보다 먼저 내 생활을 돌아보기로 했다.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 빠르게 호전됐다는 글도 있었고, 좋아졌다가 다시 재발했다는 글도 있었다. 나는 스테로이드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출근을 해야 하거나 손발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빠르게 증상을 가라앉히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전업주부였다. 당분간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빠른 효과보다 생활을 바꿔보는 쪽을 선택했다.돌이켜보면 그 무렵 나는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가족 식사는 준비하면서도 정작 내 끼니는 대충 해결하는 날이 많았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를 따라다니면서도 ..
5화. 나는 한포진 카페의 학생이 되었다한포진 카페를 처음 발견한 것은 아마 밤에 휴대폰으로 검색하던 때였을 것이다.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카페를 발견했을 때 기뻤던 마음은 분명히 남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그동안은 나 혼자 이상한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카페에는 나와 비슷한 수포와 가려움, 피부 벗겨짐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살았다.’병이 나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가볍게 읽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지자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자료를 모아야겠다.’그때부터 카페 글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번 검색을 시작하면..
4화. 발바닥과 손까지 번지자 사태가 심각해졌다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에서 시작된 증상은 발가락 하나에서 멈추지 않았다.가려운 부위가 발바닥으로 넓어졌고, 다른 발가락에서도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휴대폰 돋보기로 발견한 투명한 수포들도 점점 많아졌다. 발바닥에서는 수포가 한두 개씩 띄엄띄엄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 올라왔다. 당시 카페 글에 적었던 표현대로 말하면 수포들이 ‘군단’을 이루는 것 같았다.수포가 올라온 부위는 점점 울퉁불퉁해졌다. 피부 속이 젤리처럼 차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 진물이 나거나 딱지가 앉았고 피부가 벗겨졌다. ※ 발바닥으로 번진 한포진. 당시에는 걷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붓고 피부가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2019년 9월) 발..
3화. 휴대폰 돋보기 속 개구리알 수포 발가락에서 시작된 증상이 발바닥으로 번지면서 나는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피부 사진을 찍었다. 무좀인지 다른 피부질환인지 구분하고 싶었지만 맨눈으로 봐서는 잘 알 수 없었다.그러다 휴대폰의 돋보기 기능으로 상처 부위를 확대해봤다. 화면 속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타났다. 피부 안쪽에 맑고 투명한 작은 수포들이 여러 개 모여 있었다. 모양은 꼭 개구리알 같았다.‘어? 이게 뭐지?’진물과 딱지, 벗겨진 피부만 보다가 그 아래에 자리 잡은 투명한 알갱이들을 발견하니 피부 속에서 무언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단서로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발바닥 투명한 수포’, ‘발가락 개구리알 수포’, ‘손발 작은 물집’ 같은 ..
2화. 발가락 하나에서 발바닥까지, 상처는 빠르게 번졌다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에서 시작된 가려움은 며칠 사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했다.가렵기만 하던 발가락이 퉁퉁 붓기 시작했고, 피부에서는 진물이 나왔다. 진물이 마른자리에는 딱지가 생겼고, 피부는 단단해지더니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색깔도 점점 검붉게 변해갔다. 처음에는 무좀이라고 생각했다.인터넷에서 무좀과 습진 사진을 찾아봤지만 어느 쪽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도 점점 불안으로 바뀌었다. 병원은 가지 않았지만 상처를 그대로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하루 한 번 거즈에 소독약을 충분히 적셔 상처 부위에 올려두고 소독했다. 진물이 나는 곳은 그대로 두고, 건조한 부위에는 비판텐을 얇게 발랐다. 적어도 상처가..
1화. 가려운 발가락의 시작 2019년 8월,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이 조금씩 가렵기 시작했다.처음에는 특별한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벌레에 물렸거나 땀이 차서 그런가 싶었다. 발가락 하나가 조금 가렵다는 이유로 걱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며칠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가려움에 대한 반응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몸이 살짝 가려운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가려운 곳을 긁을 때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고, 때로는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날도 걱정하기보다는 속으로 ‘어, 가렵네. 신난다’라고 생각하며 긁었다. 한 번 긁으니 더 가려운 것 같았고, 가려우니 또 긁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했어야 했지만 당시에는 말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