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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휴대폰 돋보기 속 개구리알 수포
발가락에서 시작된 증상이 발바닥으로 번지면서 나는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피부 사진을 찍었다. 무좀인지 다른 피부질환인지 구분하고 싶었지만 맨눈으로 봐서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다 휴대폰의 돋보기 기능으로 상처 부위를 확대해봤다.
화면 속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타났다. 피부 안쪽에 맑고 투명한 작은 수포들이 여러 개 모여 있었다. 모양은 꼭 개구리알 같았다.
‘어? 이게 뭐지?’
진물과 딱지, 벗겨진 피부만 보다가 그 아래에 자리 잡은 투명한 알갱이들을 발견하니 피부 속에서 무언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단서로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
‘발바닥 투명한 수포’, ‘발가락 개구리알 수포’, ‘손발 작은 물집’ 같은 말을 입력해 사진과 경험담을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한포진’이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검색 결과에 나온 수포 사진이 내가 확대해 본 모습과 비슷했다. 사진만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의 나는 무좀보다 한포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아, 무좀이 아니라 한포진인가 봐.’
병의 이름을 짐작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상태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는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수포를 더 열심히 관찰했다.
맑고 투명한 수포들이 무리를 지어 올라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작은 수포들이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피부 전체는 진물과 딱지로 엉망이었지만, 휴대폰 화면 속 수포만 따로 보면 개구리알처럼 동글동글했다.
아픈 피부를 보고 귀엽다고 느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원래 가려움 자체를 몹시 싫어하지 않았고, 긁을 때 느껴지는 시원함도 좋아했다. 몸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확대해서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수포가 마냥 반갑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수포가 많아질수록 가려운 부위도 넓어졌다. 피부 속이 투명한 젤리로 채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수포가 피부 위로 솟은 듯 울퉁불퉁해지다가 결국 그 부위의 피부가 벗겨졌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새로운 수포가 올라온 곳은 나중에 거의 반드시 피부가 벗겨졌다. 수포가 계속 생기면 피부도 계속 벗겨졌다.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 발에서는 그 과정이 반복됐다.
지금도 발바닥이 조금 가려우면 휴대폰 돋보기로 먼저 확인한다. 맑은 수포가 새로 생긴 것을 발견하면 ‘우리 귀여운 알들이 또 생겼네’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이후에는 그때처럼 심하게 번진 적이 거의 없어서 이제는 두려움보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며칠 뒤 사라지면 조금 서운할 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 발병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수포는 계속 늘어났고, 가려운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휴대폰 돋보기는 한포진을 확정해준 진단 도구가 아니었다. 다만 맨눈으로 놓쳤던 피부의 변화를 자세히 보게 해준 관찰 도구였다.
사진과 검색만으로 피부질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슷하게 보이는 피부질환도 있고, 심한 붓기나 진물, 통증이 있다면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그날 돋보기 화면에서 발견한 개구리알 같은 수포는 내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었던 피부 문제가 처음으로 ‘한포진일지도 모른다’는 구체적인 의심으로 바뀐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