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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는 혼자 관리하는 증상이 아니라 가족이 이해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eunjun0305 2026. 9. 13. 23:13

목차


    《갱년기, 내 몸을 다시 알아가는 시간》 7편

     

    갱년기로 잠을 이루지 못한 아내가 새벽에 깨어 그림을 그리고, 갑자기 열이 오른다며 에어컨을 켜달라고 한다. 옆에 있던 남편은 “갱년기가 참 오래도 간다”고 말한다. 방송이라 웃음이 섞여 있었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만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건강방송에는 갱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담겨 있었다. 자다가 두세 시간 만에 깨는 불면증, 밤중에 갑자기 솟구치는 열감과 땀, 이유 없이 예민해지는 감정, 새벽의 허기와 야식,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까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변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 역시 지난 2년 정도를 돌아보면 이전보다 짜증이 많았다. 모든 감정 변화를 갱년기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자주 올라오는 열감과 불규칙한 수면이 겹치면서 마음의 여유까지 줄어든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원래 서로 알아서 하는 편이다

    우리 부부는 흔히 말하는 각자도생형에 가깝다. 내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해서 남편이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기는 편은 아니다. 반대로 남편이 아파도 나 역시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각자 상태를 판단해서 병원에 가고, 필요한 약을 챙긴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원래 서로를 많이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나는 이 방식이 크게 불만스럽지도 않다. 아픈 사람 곁을 하루 종일 지키거나 사소한 증상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 “요즘은 좀 어때?”라고 물어보거나 힘들어 보일 때 관심을 표현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갱년기 증상은 눈에 보이는 상처처럼 금방 알아보기 어렵다. 갑자기 덥다고 창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켜면 함께 있는 사람은 유난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별일 아닌데 짜증을 내거나 말이 날카로워지면 상대도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남편이 갱년기의 특성을 조금 알고 있다면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아내가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니라 열감과 불면, 불안과 피로가 겹쳐 평소보다 예민해졌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짜증을 모두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쯤 넘겨줄 수도 있다.

     

    물론 아내의 짜증을 남편이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갱년기가 가족에게 어떤 말이든 해도 되는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 아내도 감정이 가라앉은 뒤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상처를 주었다면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서로 이유를 알고 있으면 같은 말도 조금 덜 날카롭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년 동안 짜증이 많았던 나

    나도 갑자기 욱하거나 별일 아닌 일에 불안해지는 때가 있었다. 열감이 시작되면 등의 위쪽에서부터 상체 전체로 열이 퍼지고 얼굴까지 후끈해진다. 원래는 땀이 잘 나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열이 오르면 등과 상체에 땀이 흘러내릴 정도다.

     

    밤에 자다가 더워서 깨는 날도 있고, 겨우 잠들었다가 약 세 시간 만에 눈을 뜨면 다시 잠들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사소한 일에도 여유가 없어지고 짜증이 쉽게 올라왔다.

     

    갱년기에는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뿐 아니라 수면 문제와 불안, 감정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다시 예민함과 불안을 키울 수 있으니 각각의 증상이 따로 움직인다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셈이다.

     

    그렇다고 나는 앞으로도 짜증이 날 때마다 “갱년기라서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에는 명상을 하며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짜증이 올라오면 바로 말을 내뱉기보다 ‘지금 내가 짜증을 내려고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본다. 억지로 누르거나 착한 척 참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올라오는 감정을 붙잡고 이유를 계속 키우지 않고 지나가도록 두는 것이다.

     

    이 연습을 하면서 최근에는 예전보다 짜증을 밖으로 덜 내고 있다. 갱년기 증상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 생긴 뒤 어떻게 반응할지는 조금씩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참았던 밤의 허기가 요즘은 잘 참아지지 않는다

    방송 속 아내는 새벽에 잠에서 깬 뒤 배가 고프다며 국을 먹었다. 배가 불러야 잠이 잘 온다고 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생긴 변화도 떠올랐다.

     

    약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밤에 배가 고파도 그냥 참았다. 정말 먹고 싶을 때도 한두 입 정도만 맛보고 멈추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손이 음식으로 향한다.

    빵을 조금만 먹으려고 꺼냈다가 어느새 70% 정도를 먹어버리고, 고구마도 한두 입만 먹으려던 생각과 달리 한 개를 전부 먹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나 자신도 이 변화가 신기하고 조금 당황스럽다.

     

    예전보다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졌고,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느슨해진 것 같다. 평생 비슷했던 체중이 최근 약 3개월 사이 2kg 정도 늘어난 데에는 이런 변화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만 밤에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나 자신을 의지 없는 사람처럼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다.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음식을 찾을 기회도 많아진다. 낮에 먹은 식사가 빵이나 삼각김밥처럼 간단한 음식에 치우친 날에는 밤이 되어 허기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요즘에는 밤에 무조건 굶겠다고 마음먹기보다 먹더라도 양을 줄이려고 한다. 동시에 낮 동안 계란과 두부, 생선 같은 단백질과 채소를 조금 더 챙겨 먹으면 밤의 허기가 달라지는지도 살펴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새벽에 먹은 뒤 죄책감 때문에 다음 날 지나치게 굶는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방송 속 아내는 새벽에 야식을 먹은 뒤 14시간 공복을 지킨다고 했지만, 그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극단적으로 먹었다가 굶기보다 식사 시간을 조금씩 안정시키는 편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갱년기 유산균 YT1이 눈에 들어온 이유

    영상 후반에는 진송아 씨가 ‘갱년기 유산균’을 꾸준히 먹은 뒤 열감과 불면, 우울감과 짜증이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남편도 아내의 얼굴빛과 성격이 전보다 편안해진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제품을 강조하기 위한 홍보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내 눈길이 간 것은 사실이다. 평소에도 유산균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제라고 생각했고, 이왕 구입한다면 일반 유산균보다 갱년기 건강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을 선택할 것 같다.

     

    하지만 방송을 본 인상과 실제로 확인된 연구 결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YT1은 정확히는 Lactobacillus acidophilus YT1이라는 특정 유산균 균주다. 이 균주를 대상으로 40~60세 여성 85명을 나눈 12주간의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이 한 편 발표돼 있다. 시험을 끝까지 마친 사람은 67명이었으며, YT1을 섭취한 집단에서 전체 갱년기 증상지수와 삶의 질 점수가 위약군보다 개선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이 결과만으로 YT1이 체중을 줄이거나 갱년기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당 인체시험의 주된 평가 대상은 체중이나 체지방 감소가 아니라 갱년기 증상지수였다. 여성호르몬 수치가 증가한 것도 아니었고, 연구진도 추적 기간이 짧으며 장기 효과와 작용 원리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면 항목도 6주 시점에는 차이가 나타났지만 12주 시점에는 위약군과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방송 속 한 사람의 열감과 불면이 좋아졌다는 경험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또 유산균은 종류와 균주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다르다. 일반 유산균 제품을 먹는다고 YT1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유산균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실제로 구입하게 된다면 ‘갱년기 유산균’이라는 큰 글자만 보지는 않을 생각이다. 기능성 원료가 정말 YT1인지, 하루 섭취량과 식약처 인정 기능성 문구는 무엇인지, 내가 복용 중인 갑상선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이어트 효과만을 기대해 비싼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먹어본다면 일정 기간 열감의 횟수, 수면 중 깨는 횟수, 짜증과 식욕의 변화를 따로 기록해야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나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와 산책, 운동도 만능 해결책은 아니었다

    방송에는 홍차와 우롱차, 계란을 넣은 비빔밥, 가벼운 운동과 햇빛을 받으며 하는 산책도 등장했다. 어느 한 음식이 갱년기를 해결한다기보다 잘 먹고 움직이며 기분을 환기하는 생활을 보여준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아 보였다.

     

    차에는 여러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지만 홍차와 우롱차에는 카페인도 있다. 불면이 있는 사람이 밤늦게 마신다면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무엇을 마시는지만큼 마시는 시간도 중요하다.

     

    산책은 내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강아지와 30분씩 걷는다. 이것만으로 열감이나 불면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집 안에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보다는 몸과 기분을 움직이는 시간이 된다.

     

    방송처럼 예쁜 거리를 걷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 시간이 갱년기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 속에 계속 머무는 것보다 잠시 밖으로 나가 다른 풍경을 보는 일은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작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해결해주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것

    우리 남편이 갑자기 다정하게 변해 내 갱년기를 하나하나 챙겨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남편이 아플 때 모든 일정을 따라다니며 돌보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의 몸은 각자가 관리한다는 우리 부부의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로의 변화를 전혀 모른 척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내가 갑자기 덥다고 하거나 잠을 설쳐 예민해 보일 때 “또 갱년기 타령이냐”고 하기보다 “오늘 많이 힘든가 보다”라고 한 번 말해주는 것. 남편 역시 나이가 들며 몸과 감정에 변화가 생길 때 내가 그것을 단순히 성격 문제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도의 관심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이전보다 짜증이나 분노가 잦아지면 함께 사는 사람도 힘들다. 하지만 갱년기에는 열감과 수면 부족, 불안과 피로가 함께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상대도 조금 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내 역시 감정을 모두 갱년기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반응을 돌아볼 수 있다.

     

    나에게는 요즘 명상이 그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주고 있다.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쏟아내지 않는 틈, 남편에게는 그 짜증을 곧바로 맞받아치지 않고 한 번 넘겨주는 틈이다.

     

    갱년기를 잘 보낸다는 것은 어떤 영양제 하나로 모든 증상을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먹는 것과 자는 습관을 살피고, 필요하면 진료를 받으며, 함께 사는 사람이 그 시간을 조금 이해해주는 것. 그렇게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주는 일이 우리 부부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갱년기 관리법일 것 같다.


    ※ 이 글은 갱년기를 지나며 겪은 열감, 수면장애, 식욕과 감정 변화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열감과 불면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갑상선 질환 등 다른 건강 문제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참고자료
    NHS: 폐경 이행기와 폐경의 증상
    Lactobacillus acidophilus YT1의 갱년기 증상 관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DT3cnwTW5Y&list=PLPwXwCRQobl8jetXo3CtrFO3CrYqqwq5q&inde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