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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내 몸을 다시 알아가는 시간》 3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면 시간이 무척 불규칙했다. 어떤 날은 별 어려움 없이 잠들었지만, 어떤 날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들어도 세 시간쯤 지나면 중간에 깨곤 했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은 오지 않았고, 결국 밤을 거의 그대로 지새우다 낮이 되면 졸음을 참지 못해 잠깐 자는 날도 있었다.
요즘은 그때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니다. 잠이 잘 오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여기에 약 2년 전부터 시작된 열감도 수면을 방해한다. 자다가 갑자기 몸이 더워져 깨기도 하고, 열이 얼굴까지 올라오면 얼굴이 후끈해지면서 땀이 난다. 예전에는 얼굴에 땀이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 낯설게 느껴진다.
갑자기 불안해지거나 별것 아닌 일에 욱하고 성질이 나는 때도 있다. 수면 부족 때문에 예민해진 것인지, 갑상선항진증이나 갱년기의 영향인지 한 가지 원인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러던 중 수면 문제와 백수오를 다룬 갱년기 건강방송을 보게 됐다.

잠을 설친 것도 갱년기 증상일까
방송에는 50대가 넘어서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미를 유지하는 가수 미나 씨가 등장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폴댄스를 하다가 몸이 무겁고 동작이 잘되지 않자 운동을 중단하고 침대에 누웠다. 전날 새벽까지 휴대전화를 보느라 잠을 설친 것이 피로의 원인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불면증이나 갱년기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미나 씨는 자신은 20대보다 체력이 좋다며 갱년기일 리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갱년기는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나도 수면이 불규칙해졌을 때 처음부터 갱년기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잠이 안 오는 날도 있지만 잘 오는 날도 있었고, 며칠 지나면 다시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생활 리듬이 흐트러졌거나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갱년기 열감이 시작된 시기와 수면 문제가 심해진 시기가 어느 정도 겹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특히 나는 밤에도 열감 때문에 잠에서 깰 때가 있다. 잠에서 깨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열감이라면, 이후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다.
The Menopause Society는 갱년기의 야간 발한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며, 갱년기 전환기에 불면과 기분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중년의 수면 문제는 생활습관, 스트레스, 다른 질환과 복용약 등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출처: The Menopause Society의 갱년기 수면·야간 발한 안내 )
세 시간 자고 깬 뒤 시작되는 긴 밤
내 수면 문제는 매일 똑같지 않다는 점에서 더 애매했다. 처음부터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비교적 쉽게 잠든 뒤 세 시간 정도 지나 눈이 떠지는 날도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드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아무리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 깨어 있다 보면 날이 밝고, 오전이나 낮이 되어서야 졸음이 몰려왔다. 그때 조금 자고 나면 당장은 살 것 같았지만 그날 밤 다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밤과 낮의 수면이 엇갈리는 날이 반복되니 몸이 피곤하면서도 정작 자야 할 시간에는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상태가 됐다.
요즘은 몇 달 전보다 수면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이 역시 무엇 하나를 먹거나 특별한 관리를 해서 좋아진 것은 아니다. 갱년기 증상 자체가 날마다 일정하지 않듯 수면 상태도 시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잠든 시간과 중간에 깬 시간, 열감 때문에 깼는지 여부를 간단하게라도 기록하면 내 수면이 어떤 패턴으로 흔들리는지 조금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얼굴 열감과 땀, 욱하는 감정도 함께 나타났다
나의 열감은 주로 등의 위쪽에서 시작해 상체 전체로 퍼진다. 얼굴도 후끈해지는 느낌이 들고 곧이어 땀이 난다. 원래 얼굴에는 땀이 거의 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열감이 올라오면 얼굴과 등, 상체에 땀이 흐를 정도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갑자기 당황했을 때처럼 심리적으로 긴장하는 순간에도 열감이 바로 시작된다. 여기에 이유 없이 불안한 느낌이 들거나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욱하는 변화도 생겼다.
다만 이것들을 모두 갱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는 갑상선항진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고, 약 45일 간격으로 피검사를 받고 있다. 가슴 두근거림은 갑상선항진증이 시작됐을 때부터 나타난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수면 부족 자체도 사람을 예민하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갱년기, 갑상선 상태, 수면 부족과 심리적 긴장이 서로 겹쳐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건강식품으로 모든 증상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정기검사 때 열감과 야간 수면 문제도 함께 이야기해보는 편이 나에게는 더 필요해 보인다.
직접 해본 갱년기 자가검사에서는 약 10점이 나왔다
방송에서는 안면홍조와 발한, 불면증, 신경질, 우울감, 피로, 관절통, 두근거림 등을 점수로 표시하는 쿠퍼만 지수 검사를 했다. 미나 씨는 총 6점으로 경미한 갱년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소개됐고, 70대 어머니는 4점이 나왔다.
방송을 보면서 나도 같은 항목을 따라 체크해봤다. 정확히 다시 계산하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략 10점 정도가 나왔다. 미나 씨보다 높은 점수였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나는 열감과 발한, 불규칙한 수면, 갑자기 욱하는 감정과 불안감 등을 생각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특히 나는 한두 가지 항목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열이 등의 위쪽에서 시작해 얼굴과 상체로 퍼지고, 예전에는 거의 없었던 얼굴 땀까지 난다. 자다가 더워서 깨기도 하고, 세 시간 정도 잔 뒤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불안해지는 변화도 있다.
자가검사를 하고 나니 그동안 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변화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생활 리듬 때문이고, 화가 나는 것은 성격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며, 땀이 나는 것은 갑상선항진증 때문일 수도 있다고 각각 생각해왔다. 물론 실제로 여러 원인이 겹쳐 있을 수 있지만, 갱년기 변화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약 10점이라는 결과만으로 내 증상이 모두 갱년기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쿠퍼만 지수는 현재 어떤 증상을 얼마나 불편하게 느끼는지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설문이지, 다른 질환을 배제하고 갱년기를 확진하는 검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근거림이나 불면증, 불안감과 발한은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수면 부족, 심리적인 긴장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나는 현재 갑상선항진증 약을 복용하며 약 45일 간격으로 피검사를 받고 있으므로, 자가검사 결과를 진단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다음 진료 때 열감과 야간 수면 문제를 설명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편이 맞겠다.
또 자가검사 점수는 어느 날 작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내 수면 상태와 열감 자체가 매일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한 날과 비교적 편한 날의 점수가 다를 수 있으므로 한 번의 숫자보다 열감이 나타난 횟수, 잠에서 깬 시간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방송 후반에는 혈액검사와 체성분검사를 통해 미나 씨의 여성호르몬과 난소 상태가 나이에 비해 젊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45세 이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은 한 번의 여성호르몬 검사나 이른바 ‘난소 나이’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호르몬 수치는 변동할 수 있고, 영국 NICE 지침도 45세 이상의 갱년기 진단에 항뮐러관호르몬 검사 등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출처: NICE 갱년기 진단 및 관리 지침 )
무엇보다 방송 속 검사 결과가 좋았다는 사실을 백수오 덕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미나 씨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고 식생활과 체지방 관리도 꾸준히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방송 검사만으로 운동, 생활습관과 건강기능식품 중 무엇의 영향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예전에 먹었던 백수오가 다시 생각났다
방송에서 미나 씨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몇 년 전부터 백수오를 챙겨 먹었다고 했다. 백수오가 갱년기를 예방하거나 늦추고 피부와 머리숱, 면역력과 활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처럼 소개됐다.
나도 열감이 시작된 초기에 백수오가 들어간 갱년기 영양제를 먹어본 적이 있다. 먹으면서 증상이 확연하게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조금 완화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요즘에는 자꾸 잊어버려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있다.
방송을 보다 보니 석류즙을 하루 한 포 정도 마시고 백수오 영양제도 다시 챙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규칙한 수면과 열감, 불안하고 욱하는 느낌이 모두 조금씩 나아진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나온 ‘갱년기를 미리 예방한다’는 표현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갱년기는 질병처럼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난소 기능과 호르몬이 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백수오를 먹는다고 갱년기의 시작을 늦추거나 난소 나이를 젊게 만든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백수오’라는 이름보다 제품의 정확한 원료 확인하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것은 모든 백수오 제품이 아니다. 백수오와 한속단, 당귀를 정해진 방식으로 추출한 특정 복합원료이며, 인정된 표현도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다. 갱년기 치료, 예방이나 여성호르몬 증가, 피부·탈모·면역력 개선까지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다.
식품안전나라에 등록된 해당 복합추출물의 하루 섭취량은 514mg이며, 항응고제나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하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알레르기 체질은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이상이 생기면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출처: 식품안전나라의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인정 정보 )
따라서 예전에 먹었던 제품을 다시 선택한다면 포장 앞면의 ‘백수오’라는 글자만 볼 것이 아니라, 기능성 원료가 정확히 무엇인지와 식약처 등록 제품인지 확인해야겠다. 나는 갑상선항진증 약을 복용하고 있으므로 제품 성분표를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보여주고 함께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석류즙과 백수오를 동시에 다시 시작하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면 증상이 달라져도 무엇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석류즙은 식품으로 하루 한 포 정도 마시더라도 당류 함량을 살펴보고, 백수오 영양제는 정확한 성분과 복용약을 확인한 뒤 결정하는 편이 낫겠다.
수면 문제를 영양제 하나로만 해결하지 않기
개인적으로 이번 방송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도 자신의 갱년기를 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력이 좋다고 해서 열감이나 불면, 감정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잠이 잘 오는 날이 있다는 이유로 수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세 시간 자고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하고, 밤에 열감 때문에 깨며,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채우는 일이 반복됐다면 내 몸의 변화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백수오 영양제를 다시 먹어볼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있다. 예전에 조금 편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억만으로 효과를 확신하거나 방송 속 좋은 검사 결과를 백수오 덕분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먼저 수면 시간과 중간에 깬 횟수, 야간 열감 여부를 기록해보고 현재 복용하는 갑상선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 제품인지 확인할 생각이다. 불면이 다시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건강식품에만 기대지 않고 의료진에게 수면과 갱년기 증상을 함께 상담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갱년기 관리는 오지 못하게 예방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나타나고 있는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나에게 맞는 도움을 찾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아직 갱년기가 아닐 것’이라고 외면하기보다, 열감과 수면, 감정의 변화를 하나씩 솔직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 이 글은 갱년기 건강방송을 본 뒤 직접 겪은 수면 변화와 건강기능식품 섭취 경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백수오나 석류즙의 치료 효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수면장애나 열감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갑상선 질환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35dpW5bohY&list=PLPwXwCRQobl8jetXo3CtrFO3CrYqqwq5q&index=5&t=20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