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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주저앉고 나서야 배운 허리 관리》 2화. 허리 염좌로 입원했는데 뜻밖의 꿀휴가가 되었습니다

eunjun0305 2026. 8. 16. 19:30

목차


    119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허리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구조대 이송 의자가 덜컹거릴 때마다 통증이 올라왔고, 앞으로 얼마나 오래 누워 있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통증 주사를 맞고 입원실로 올라온 뒤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토록 심했던 허리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몇 시간쯤 지나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도 있었다.

     

    아프지 않으니 나는 조금씩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했다. 급성기에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사가 누워 있으라고 하니 그때부터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정말 열심히 누워 있었다.

     

    허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입원 첫날 정도는 일어나 걷기가 힘들어 화장실에 가는 일이 불편했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은 뒤에는 크게 힘든 점이 없었다.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다가 하루에 한 번 물리치료실로 내려가 저주파 전기치료와 온열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시간에는 그저 가만히 쉬면 됐다.

     

    친정엄마는 어린 둘째를 데리고 가서 돌봐주셨다. 아이가 잘 지내는지 걱정은 되었지만,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면 허리를 다쳐 입원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통제로 통증이 사라진 뒤의 병실은 내게 뜻밖의 휴가지처럼 느껴졌다.

     

    당시 나는 늦둥이를 키우고 있었다. 매일 아이를 챙기고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오히려 움직이지 말고 누워 있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원래부터 활동적인 사람이 아닌 내게 ‘가만히 누워 있기’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리는 아프지 않고, 아이는 엄마가 돌봐주시고, 나는 마음 편히 누워만 있으면 됐다. 생각할수록 완벽한 꿀휴가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밥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 맛에 까다로운 편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병원 밥도 꽤 맛있었다. 아니, 어쩌면 병원에서 차려준 밥이라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들 식사를 매일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도, 유명한 식당에서 먹는 음식도 아니다. 누군가 차려주고, 먹은 뒤 식판까지 가져가주는 밥이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식사가 들어왔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남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 반찬을 따로 준비하거나 식사 후 설거지를 할 일도 없었다. 그저 식판을 받아 맛있게 먹으면 끝이었다.

     

    허리를 다쳐 누워 있으면서 병원 밥이 꿀맛이었다고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내게는 밥 한 끼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체가 휴식이었다.

     

    2화: 다인실에서 병원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했던 당시를 재구성한 이미지

     

    여섯 명의 환자가 함께 지낸 8인실

     

    내가 지낸 곳은 8인실이었고, 실제로 입원해 있던 환자는 여섯 명 정도였다. 이름도 사는 곳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 가져온 간식을 함께 나눠 먹고, 어디가 아파서 입원했는지부터 시작해 자식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각자 몸이 아파 병원에 왔지만 하루 종일 아픈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자기 사정을 털어놓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한 환자가 검사나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실 밖으로 나가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조금 전 그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심각한 험담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당사자 앞에서 할 이야기도 아닌 소소한 말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자리를 비웠을 때는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정수기 들다가 허리 다쳐서 왔다는 그 사람 말이야.’

    어쩌면 이런 말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좁은 병실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았다. 함께 있을 때는 간식을 나누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다가,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 아주 일반적이고 날것 그대로였다. 나 역시 그 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프지 않고서는 제대로 쉬지 못했던 때

     

    가만히 누워 있으니 허리 상태는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졌다. 일주일 동안 수액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지냈다. 그리고 퇴원할 때쯤에는 처음 119에 실려 왔을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몸이 편해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일주일이었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왔는데 통증이 가라앉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느슨해졌다. 밥은 때가 되면 나왔고, 아이는 친정엄마가 돌봐주고 있었으며, 나는 의사의 말대로 누워 있기만 하면 됐다. 같은 병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을 먹다 보면 하루도 제법 빠르게 지나갔다.

     

    물론 다시 입원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아프지 않고서는 그렇게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들의 식사를 걱정하지 않고, 육아와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채 누군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보낸 일주일.

    그래서인지 급성 허리 염좌로 입원했던 그 시간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꿀맛 같았던 일주일’로 남아 있다.

     

    ※ 이 글은 2013년 당시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갑자기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집에서 무리하게 움직이거나 오래 참기보다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