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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보내온 신호, 한포진 2019》 10화. 젤리 같은 피를 보고 놀랐다

eunjun0305 2026. 8. 6. 08:00

목차


    10화. 젤리 같은 피를 보고 놀랐다

     

    사혈침을 처음 시도한 곳은 아랫배였다.

    발에 직접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상처가 심한 발에는 차마 시도하지 못했다. 주사도 무서워하는데 아픈 발에 침까지 놓는다는 생각만으로 겁이 났다.

    아랫배에 사혈침을 놓고 그 위에 부항을 올렸다.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한 번 해보고 나니 조금 용기가 생겼고, 이후에는 아랫배에 몇 차례 더 할 수 있었다.

     

    처음 부항을 떼었을 때는 피의 모습 때문에 놀랐다.

    피가 그대로 흘러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항 안에 모여 있던 피는 흐르지 않았다. 묽은 젤라또처럼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가족들을 불러 보여줬다. 가족들도 신기해하며 한참 들여다봤다.

    카페에서 젤리처럼 뭉친 피가 나왔다는 경험담을 읽기는 했지만, 실제로 내 눈앞에서 보니 느낌이 달랐다.

     

    몇 번 더 사혈부항을 하자 피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덩어리처럼 뭉쳐 있던 피가 점점 묽어졌고, 나중에는 평소에 보던 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것이 몸 상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당시 내 몸에서 실제로 관찰한 변화였다.

     

    발에는 끝내 하지 못했지만, 손가락이 정말 심하게 가려웠을 때는 두어 번 사혈침을 놓았다.

    가려움이 극에 달하면 눈이 뒤집힐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그 순간에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가려움을 어떻게든 멈추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손가락에 침을 놓는 일은 아랫배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래서 여러 번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 경우에는 피가 나오고 나면 당장의 가려움이 조금 가라앉았고, 부어 있던 손가락도 약간 편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사혈침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에는 식단을 바꾸고 영양제와 죽염, 황태진액 등 여러 방법을 함께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혈부항은 내가 한포진 환자에게 권하려고 쓰는 방법이 아니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행위라 감염이나 출혈 같은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이 글에 남기고 싶은 것은 효과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주사를 무서워하던 내가 심한 가려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관찰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때의 나는 정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무서워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시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